
K-WAVE라는 파도에 제대로 올라 탔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음악, 영화, 드라마를 넘어 예능으로도 향하고 있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스튜디오를 찾는가 하면 한국 예능의 스타 PD 나영석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 혼자 산다'와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등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향한 글로벌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여파다. 실제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등을 통해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는 '피지컬:100'이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디즈니+에서 '더 존: 버텨야 산다'가 아시아권을 휩쓴 데 이어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글로벌 플랫폼에서 두각을 또 한번 나타낸 것이다. 이 가운데 '서진이네'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북미권에도 전파를 탄다. '서진이네' 고정 출연자로 세계적인 그룹으로 사랑받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등장하는 만큼, 기대해볼 만한 도전이다. 아이돌 그룹들을 중심으로 K팝 나아가 영화, 드라마를 타고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놓아졌던 와중에도 K예능의 세계화는 다른 영역처럼 느껴졌다. 웃음이 만국 공통어라고는 하지만, 반대로 그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문화적인 장벽이 한층 높았기 때문이다. 멜로디와 춤이라는 비언어적으로 접근하는 K팝이나 영상예술과 연출적인 부분을 통해 간극을 초월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시네마 필름과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높아지고 광범위해지며 한국 예능에 대한 세계 팬들의 접근도 한층 용이해졌다. OTT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쉽게 접하는 리액션 비디오부터 콘텐츠 리뷰 등에서도 쉽게 K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 언어적 장벽이나 문화적 공백 또한 한층 쉽게 뛰어넘어 공감하는 글로벌 팬덤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한 아이돌 그룹, 한 드라마를 떠나 'K팝', 'K콘텐츠' 자체를 소비하는 장르적인 팬덤이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 사이 한국 예능의 수준 또한 질적으로 크게 상승하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 국내 관찰 예능의 시초 격으로 고정 멤버와 게스트들 사이 자유로운 순환 구조, 이를 이용해 보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며 한층 리얼리티를 강화했다. '서진이네'의 경우 배우 이서진, 정유미, 박서진, 최우식과 뷔로 구성된 멤버들의 멕시코 한식당 운영기를 보여주며 벽을 허물고 있다. 시작은 방탄소년단 뷔의 의외의 모습으로 접근한 시청자들도 화려한 줄 알았던 한국 아티스트들의 소탈한 모습이나 연기나 무대가 아닌 식당 영업이라는 생소한 도전 앞에 작아지기도 하는 순간들에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여기에 '피지컬:100'은 '몸'이라는 만국공통어를 예능 안에 담아내며 포맷과 언어의 한계를 초월했다. 물론 출연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 결승전 재경기 의혹 등은 여전히 잡음을 낳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악평 속에도 불구하고 '피지컬:100'의 콘텐츠적 가치에는 이견이 없다는 게 국내 방송가에서도 지배적인 평가다. 특히 흔히 '피지컬'이라고 하면 생각할 수 있는 격투, 대결 등의 편견을 뛰어넘어 '자신과의 대결'이라는 주제를 가져오고 토르소 파괴를 통해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도 서바이벌의 긴장감을 극대화시킨 점 등이 호평을 사고 있다. 사실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콘텐츠 제작 환경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에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더 이상 무엇을 새롭게 선보여야 할지도 어려움을 표하는 제작진의 고민이 이어지기도 했다. 콘텐츠의 홍수가 지속되며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풍요 속의 빈곤이 이어지고 있던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는 수작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관찰 예능 속 또 다른 리얼리티를 찾은 '나 혼자 산다'나, 비슷한 포맷 같아도 스타들의 새로운 조합과 전에 없던 얼굴을 보여주는 '서진이네', 말맛으로 웃기던 예능에서 몸을 발굴해낸 '피지컬:100'처럼. 새로운 한끝 차이로 이제는 K예능의 시대가 열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