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미호건 삶은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

한국 정서 그대로 간직한 메릴랜드주 영부인 유미호건 삶은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 [단독 인터뷰]유미호건 여사 최근 자전에세이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을 출간한 유미호건 여사는 흔히 작은 체구와 대비되는 굳은 의지로 많이 회자된다. 싱글맘으로 딸 셋을 키워낸 이야기와 그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해 화가/교수가 된 것, 남편의 주지사 당선과 그 뒷바라지 이야기, 미국 내 첫 코리안아메리칸 주지사 영부인이자 메릴랜드의 첫 아시안 아메리칸 영부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 등 아내, 엄마, 할머니이자 이민 1세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삶이 메릴랜드의 모든 아시안을 넘어 에세이를 읽은 한국의 독자들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내조의 기본은 진심 호건 주지사는 본인을 공공연하게 ‘한국 사위’라고 칭한다. 처갓집 말뚝에도 절할 것 같은 기세로 한국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종종 목격된다. 미국에서 아시안 인구가 가장 많은 주는 하와이, 캘리포니아, 뉴욕 순이다. 메릴랜드의 아시안 인구는 6% 선이다. 호건 주지사 취임 후 정무를 수행함에 있어 첫 위기는 2015년의 볼티모어 폭동이었을 것이다. 5년 후 미니애폴리스에서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경찰 가혹 행위를 규탄하며 거리로 몰려나온 군중이 약탈과 방화로 분노를 표출했다. 볼티모어 시내에서 장사하던 많은 한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호건 여사는 이 사건 후 코로나 비상사태로 모든 것이 중단되기 전까지 해마다 봄에 볼티모어 시내에서 한흑 화합을 지향하는 ‘이웃 페스티발’을 개최했다. 그는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 행사를 후원해주시는 한인 단체들과 메릴랜드 대학 볼티모어(UMB) 관계자, 수고하시는 봉사자들께 감사드린다”며 행사를 통해 반목이 아닌 이해와 협력의 발판이 다져지기를 희망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미국 내 아시안 혐오 정서가 팽배해지고,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몇 주를 지속해 시위가 이어졌다가, 올해 아틀란타 스파 총격 사건까지 굵직한 일들이 연달아 터지는 동안 호건 주지사와 영부인은 미국 내 어느 정치 인사보다 아시안을 대변하는 일에 앞장섰다. 호건 여사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안들이 참여하는 태프(TAAF, The Asian American Foundation)의 고문위원으로 위촉됐다. 호건 주지사는 다른 주지사들이 머뭇거리는 동안 아시안 혐오 대응 웍그룹을 만들어 사회 전반에 걸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다수의 기자회견과 뉴스 매체에 출연하며 아시안 혐오 정서의 부당함과 위험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엘리컷시티의 한인/아시안 비즈니스 밀집 지역을 방문해 사업주들을 격려하며 주류 사회 언론에 노출되고 조명받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투표율도 저조하고,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으며, 정치인을 많이 배출하지도 못한 아시안 인구의 미국 내 입지는 결코 크지 않다. 호건 여사는 “선거가 있을 때 동양 그로서리 앞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유권자 등록 운동을 하지만, 다들 바빠서 호응이 저조하다”며 “그럼에도 계속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권장해야 우리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나 카운티가 이미 아시안 혐오 대응의 주제에 대해 시들해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호건 행정부와 웍그룹은 지난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아시안 혐오 대응은 끝이 아닌 시작’임을 발표했으나, 짧게든 길게든 이를 보도한 주류 언론은 2~3개를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모든 노력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행정부의 권고를 인지한 하워드 카운티 교육청은 ‘아시안 역사 교육’이 교과 과목에 들어갈 수 있는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아시안 학부모로 구성된 카운티 웍그룹과 협력하고 있다. 아시안 영부인의 존재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박함과 친절함이 무기 호건 여사가 주지사 관저에 가장 먼저 들여놓은 살림살이가 김치냉장고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한식을 요리해 경호 스태프들을 대접하기도 한다는 것과 점심 회동이 있는 경우 이들이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는 것도 호건 여사라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도 다 똑같다. 메릴랜드 주민 모두를 챙기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며 “주지사 관저 땡스기빙 만찬은 조금 일찍 치른다. 그래야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땡스기빙을 축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볼티모어 시내 거리 급식에 나설 때도 누구보다 열심히 밥을 푸고, 개인위생 페키지를 나눠주며 봉사자를 챙긴다. 호건 여사의 보좌관들까지 덩달아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재밌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일들을 7년째 꾸준히 하고 있다 보니 처음엔 당황하던 스태프들도 이젠 유미 호건 스타일에 적응해버렸다고 한다. 호건 여사가 애정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유미 케어스(Yumi CARES)다. Cares는 신경 쓰다 혹은 돌본다는 뜻을 갖고 있는 단어인데, 유미 케어스 재단(비영리 단체)에서의 CARES(Children’s Art for Recovery, Empowerment, and Strength)는 아트 테라피를 통해 어린 환우들이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프로그램은 현재 메릴랜드 대학 어린이 의료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점차 확장될 예정이다. 호건 주지사가 암투병할 당시 병원에서 만난 어린 환우들이 하루 종일 심심해하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여겼던 마음에 화가이자 미술 교수로서의 본인의 경험이 투영돼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감사 호건 여사의 연례행사 중에는 한국전 참전 용사 초청 오찬이 꼭 포함된다. 오찬 외 베터란스 데이나 메모리얼 데이에도 참전 용사에 대한 감사를 늘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한다. 그는 “이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자유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고, 오늘 나도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종종 말한다. 메릴랜드 주민 중 한국전에 참가한 사람이 1만 5000명이 넘으며 531명이 희생됐다는 것도 빠뜨리지 않고 언급한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 5월 워싱턴DC에 세워질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을 위해 25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건 여사는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한다. 한국 나주 시골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로 이민을 오고, 이민 1세대로서 메릴랜드주의 영부인이 된 것은 나 혼자만의 영달이 아니다”라며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하신 것에는 뜻이 있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웃, 민족, 나라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키워드는 ‘한국’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것은 한인들에겐 자랑스러운 일이다. 호건 여사는 간혹 마주치는 ‘미국에서 살고 있으면 미국 사람인데 왜 한국적인 것을 고집하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세대가 지나면서 잊어버렸을 수 있지만 모두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갖고 이 땅에 도착했다”라며 “고유의 것을 아끼고 계승하는 것은 이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견고한 자아를 통해 더 깊고 넓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한식을 알리고, 태권도의 날을 지정해 주지사배 대회를 개최하며, 주지사 관저 앞뜰에 무궁화와 동백꽃을 심는 것으로도 모자라, 주지사 영부인 초상화를 아예 한복을 입고 그리도록 했다. 이쯤 되면 메릴랜드 주 역사에 한국인 영부인에 대한 수많은 족적을 확실히 남긴 셈이다. 지난 여름 락빌에 새롭게 오픈한 멕시칸 요리인 타코 전문점에는 ‘호건 여사(Mrs. Hogan)’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다. 이 타코에는 돼지갈비, 고추장, 김치, 베이컨, 볶음밥이 들어간다. 메릴랜드의 고전 명물 게살을 주재료로 하는 크랩 타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릴랜드 역사상 재선에 성공한 두 번째 공화당 주지사로서의 임기는 내년까지다. 호건 여사가 자랑스러운 한인 이민 1세 영부인으로서 무사히 ‘메릴랜드의 어머니’ 역할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 김은정 기자

11/23/2021 | 06:52:3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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