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 동족 위한 양심과 행동이었죠"

대통령 자원봉사 최고영예 '평생공로상' 받은 미주탈북자선교회 마영애 씨 면전시위라는 말은 그녀 때문에 만들어진 말인 듯싶다. 항의 대상자의 코앞에 플래카드를 들이대며 소리를 지르는 ‘아주 짜증나는’ 시위 말이다. 미주탈북자선교회의 마영애 회장이 그 사람이다. 한 번쯤은 인터넷에서 보았을 사진을 연출한 사람이다. 그 대상은 주로 유엔 북한대표부 관리들이었다. 당황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북한 관리들을 뒤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쫓아가는 마 씨의 사진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5년 가을에는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리수용 당시 북한 외무상이 망신을 당했다. 재미동포전국연합회가 맨하탄 중국식당에서 리 외무상 환영회를 열 때 ‘북한주민의 인권 개선과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정말 화가 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자칫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될 때도 있다. 살해 위협은 워싱턴 DC에서 경험했다. 우연히 마씨를 마주친 북한대표부 관리는 그녀에게 손가락질 하며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질 것’이라고 공개 협박을 한 것이다. 마 씨는 “그 때는 솔직히 두려움도 느꼈지만 그럴수록 더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자신도 탈북민이면서 북한인권운동가로 오래 활동해온 마씨에게 미국 정부가 얼마 전 평생공로상(Life Achievement Award)을 수여했다.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모범 자원봉사자들에게 수여하는 상 가운데 최고 영예인 상이다. 미주에 정착한 탈북민으로서는 처음이다. 미국에는 현재 197명의 탈북민이 합법 체류하고 있고 11명이 심사대기 중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 씨에게 전달한 축하편지에서 “국가와 지역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문제를 다뤄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마 씨의 인권활동이 결국 미국사회를 보다 낫게 만드는 봉사활동이었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같은 처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또는 제3세계를 떠도는 탈북민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발벗고 나선 것인데 미국은 그 희생과 고통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 점이 마씨는 너무 고맙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과거 조국으로부터 당한 설움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2006년 미국에서 마 씨는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탄압한다”며 정치 망명을 요청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다. 그녀는 이민국에 제출한 망명 신청서에 “한국 정부가 나에게 남북화해라는 이유를 내세워 북한 당국에 거슬리거나 그들이 껄끄러워하는 말을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탄압을 받는 증거로 미국에 체류 중인 자신의 여권과 주민등록을 취소한 조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려움은 더 커졌다. 한국정부가 마 씨를 곱지 않게 보고 있었던 사실은 당시 한국 통일부장관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한국 언론에 마 씨를 ‘정신 나간 여자’로 표현하면서 “결국 돌아올 것”이라고 조롱했다. 국가정보기관도 국회에 나가 미국이 마 씨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할 정도였다. 북한이 그녀를 타겟으로 TV 방송을 제작해 인신 공격을 하고 언론, 인터넷,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시킨 것도 잘 알려져 있다. 마 씨는 그럼에도 북한인권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다. 탈북자 출신 남편과 아들 효성 씨 부부와 함께 열심히 순대를 만들어 팔았다. 많은 교회와 단체, 행사를 쫓아다니며 공연을 했고 탈북민 지원을 호소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한국 탈북민 구출 및 지원단체에 보낸 돈은 10만달러가 넘는다. 송금 영수증을 집계했을 때 그렇다. 지금도 마 씨 가족은 지역 한인회들이 주최하는 축제장에 자주 나타난다. ‘평양 순대’를 만들어 파는 것이다. 남편 최은철 씨가 고향 온성에서 자라며 어머니가 만드시는 것을 보고 배운 솜씨로 만들어내는 순대는 찾는 사람이 이제 제법 많다. 가족을 부양하고 탈북민 구출을 지원하기 위해 순대를 팔고, 또 최근 새로 태어난 손주들을 돌보느라 바쁜 와중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쏘면 그는 유엔 본부 앞으로 달려간다. 도와주는 단체가 있든 없든, 날이 춥든 덥든 상관하지 않는다. 기자들이 몇 명이 와서 취재를 하느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북녘에 두고 온 동족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기 위한 마 씨의 외로운 투쟁이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는 것 같아 맥이 빠질 때가 많았는데 덜컥 미 대통령이 시민 봉사자에게 주는 최고상을 받고 나니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도 상을 받기 위해 뭔가를 해본 적이 없지만 기뻤다. 대통령상은 미국의 모든 공식 행사에서 착용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상이다. 자원봉사자 및 단체들을 총괄하는 연방기관 ‘CNCS'가 자원봉사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관장하고 있는데 대통령 자원봉사상(PVSA)가 그중 하나다.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매년 추천 자격이 있는 단체들로 정보를 수집하고 엄격히 심사해 포상한다. 평생공로상은 4,000 시간 이상을 무보수로 자원 봉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데 마 씨는 지난 10년간 총 5,216 시간을 봉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마 씨는 다음 달 17일 메릴랜드에서 열리는 한인 축제, 그리고 워싱턴 한인연합회 주최로 10월 1일과 2일 열리는 코러스축제에도 순대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통일이 되면 함께 평양에 가시자요. 그 때는 정말 제대로 된 북한 음식 대접하겠습네다.” 순대를 만들 때 걸치는 앞치마와 시위용 머리띠가 몸에서 떠날 날이 없는 마 씨가 모처럼 웃으며 초청의 말을 던졌다. 이병한 기자

09/23/2016 | 12:00: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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