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이미 내가 어디 있는지, 내가 누구랑 사귀는지, 집이 어딘지 다 안다. 그런데 이젠 내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까지 (엿)듣는단 말인가.” 조만간 출시되는 스마트폰용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앱)의 새 버전을 놓고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새로이 추가되는 ‘소리 인식 기능’이 사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21일 페이스북이 1년에 걸친 개발 끝에 발표한 소리 인식 기능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페이스북 앱을 사용할 때 기기의 내장 마이크가 사용자 주변 소리를 인지하는 게 골자다. 앱은 이 소리를 분석해 사용자가 현재 듣는 음악이나, 보는 TV 프로그램·영화가 무엇인지 15초 안에 판별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 ‘나는 이 노래(드라마)를 듣고(보고) 있어요’라고 함께 올릴 수 있게 해 준다. 페이스북이 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광고주들에게 12억 명이나 되는 사용자에 대한 더 정밀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방송 중인 TV쇼를 인식하기 위해 전국 160여개 방송국과 계약을 맺고 오디오 정보를 얻는 등 공도 들였다. 그러나 지난해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개인정보 수집으로 시끄러웠던 국내에선 이 기능이 공개되자마자 ‘페이스북이 대체 어디까지 개인 정보를 수집하려는 건가’란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마트폰이 당신을 엿들을 수 있다는 걸 친절히 상기해줬다’는 블로그 기사에서 “공식적인 통로로 설치한 앱을 통해 해커나 국가기관이 당신이 하는 일을 들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분명 어떤 이들에게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비판을 받을 것”이라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블로그도 전문가를 인용, 페이스북이 이 정보를 얼마나 오래 보관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측은 “(음악·TV쇼가 아닌) 다른 소음이나 사람들의 대화는 판별되지 않는다”며 “또 사용자는 기능을 꺼놓을 수 있으며, 판별된 음악 등을 공유하지 않겠다고 선택하면 관련 정보는 저장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IT 매체 매셔블(Mashable)은 “만약 사용자가 친구와 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페이스북은 여전히 사용자가 무엇을 보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성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