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 조은영씨는 정원과 꽃의 종주국이라는 영국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한국인이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플라워 스쿨인 ‘콘스탄스 스프라이Constance Spry’를 졸업한 후 영국에서도 손꼽힐 만큼 유명한 플라워 기업이자 스쿨인 ‘매퀸즈McQueens’의 총괄매니저를 지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다. 그는 찰스 황태자의 퍼스널 플라워, 요르단 왕비의 런던 하우스 플라워, 〈베니티 페어〉 매거진의 파티플라워, 런던 메이저급 호텔의 플라워 등을 담당했다. 케이트 모스, 톰 포드, 엘 맥퍼슨, 카일리 미노그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그에게 꽃 장식을 부탁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스물여섯 살에 영국 유학을 감행한 그는 10년 동안 런던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다 2010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인스파이어드 바이 조조(INSPIRED BY JOJO, inspired-byjojo.com)’라는 자신의 스튜디오를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조조(JOJO)’는 영국에서 활동하던 당시 그의 예명이다. 현재 아카데미를 열어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데, 플로리스트 양성은 영국 유학을 떠날 때부터 꿈이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영국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했던 경험을 담아 《런던의 플로리스트》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책에는 돈 한 푼 받지 못하던 워크 익스피리언스에서 매퀸즈 플로리스트 총괄 매니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2년 동안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어마어마한 물가 때문에 고생하고, 어릴 때 별명이 ‘조당당’이었지만 영어가 서툴러 위축됐던 유학시절의 좌충우돌, 알게 모르게 느꼈던 인종차별, 도전하고 또 도전했던 하루하루의 고군분투기다. 그에게는 런던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칸까지 유럽이 모두 활동 무대였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회사원으로 일하던 그의 원래 꿈은 푸드스타일리스트였다. 푸드스타일을 공부하려면 ‘꽃’을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꽃 공부에 빠져들면서 플로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문학과 예술, 인테리어와 디자인, 건축, 요리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꽃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도구라고 말한다. 꽃의 생명은 짧다. 하지만 그 짧고 아름다운 시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는다. 플로리스트는 어쩌면 그 보이지 않는 기억과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인지도 모른다.